"30% 성공 가능성만 있어도… 모든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겠다"
'한국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FTA, 글로벌 M&A 등 국경·산업간 경계 무너지고 있어"
"글로벌 인재 육성팀 구성 다양한 국적의 리더급 인재 스카우트"
"고객은 생산 전 과정에 참여… 잠재 욕구까지 생산에 반영할 것"
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SK텔레콤을 한국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선정했다. 지난 2006년에는 비즈니스위크가 SK텔레콤을 세계 100대 혁신기업으로 꼽았다. 지난 주 서울 을지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SK텔레콤 김신배(金信培·54) 사장은 SK텔레콤이 해외에서 혁신기업으로 인정 받기 시작한 데 대해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남보다 앞서서 창조하고 혁신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리더 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당장 수익이 안 난다고 해외 사업을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사업이든 새로운 서비스든 30%의 성공 가능성만 있어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하며, 실패를 통한 교훈도 훌륭한 자산(資産)이 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창의적 혁신이라는 인터뷰 주제가 마음에 든다"며 A4용지 크기의 대학 노트 석장에 펜으로 자신이 할 이야기를 미리 적어 나왔다. 또 인터뷰 예정 시간을 1시간이나 넘기면서 기자의 질문에 성의껏 답해줬다.
―평소에 직원들에게 창조적 혁신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배경은 뭔가.

"어디를 가든 창조적 혁신이 가장 중요한 화두다. FTA(자유무역협정)와 글로벌 M&A(인수합병), 각종 컨버전스(융·복합) 서비스의 등장으로 국경이나 산업간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통신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하나의 비즈니스로 간주되고 있다. 요즘엔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전자 지도 비즈니스를 한다. 게다가 IT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일하는 방식까지 통째로 바뀌고 있다."

▲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인터뷰 내내 창의적 혁신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혁신을 일궈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는 어떤 변화의 요인이 있나.
"통신업계가 맞을 큰 위기 요인은 대략 다섯 가지다. 먼저 네트워크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기술간 오버랩(overlap·중첩)이 심화되고 있다. 3세대 투자를 채 끝내기도 전에 LTE(Long Term Evolution) 같은 4세대 기술이 나왔다. LTE가 2010년부터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중복투자를 할 수 있다. 또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통신요금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무선 VoIP(인터넷전화) 같은 파괴적 기술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구글 같은 포털업체들이 통신 분야로 진출하고 글로벌 M&A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해외사업에 심혈을 쏟는 것도 이런 배경인가.
"SK텔레콤의 해외 진출은 한국 IT산업의 도전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수출을 통한 글로벌화에 성공했지만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제조업만으로는 안 된다. IT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성공을 한다면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등 많은 연관 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갖게 된다. SK텔레콤이 해외로 진출하면 콘텐츠·장비 등 많은 국내업체들도 함께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IT 서비스는 해외에서 성공하기가 정말 힘들다.
"힘들다고 포기하면 앉아서 죽는 것이다. 애당초 이 길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래를 위해서는 이 길 밖에 없고 SK텔레콤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기술과 운영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구글의 창업자 에릭 슈미트는 '한국은 전세계 디지털 시대의 실험실'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첨단 서비스가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
―SK텔레콤의 해외 사업 실적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통신 서비스인 힐리오는 가입자가 벌써 20만 명이다. 힐리오 서비스를 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해 많이 배웠고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도 많이 축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미국이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 미국 사업을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모토로라의 제품 개발담당 부사장을 SK텔레콤의 미국 지주회사 대표로 영입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사업은 어떤가.
"베트남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베트남은 8000만 명이나 되는 국민의 60%가 30세 이하이며, 잠재성장률이 연 12%다. 베트남은 현재 3세대 서비스로 전환 중인데 우리에게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중국 차이나유니콤에 대한 투자는 평가 이익만 2배가 넘는다. 물론 투자 수익을 내는 게 우리의 목표는 아니지만. 위치기반서비스나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SK텔레콤 내부로 화제를 돌려보자. 최근 CIC(Company in Company)제를 도입한 것도 혁신을 위해서인가.

"자율 책임 경영을 통해 스피드와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4개의 CIC는 각각 별개의 회계단위로 운영되고 직원에 대한 성과보상도 따로 한다. 사업 지향점이나 사고는 공유하더라도 구체적인 비즈니스는 부문별로 다 따로 하자는 취지다. 또 부사장·전무 같은 직급이 없어지고 모두 직책으로 부른다. 직원들은 전부 매니저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역량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자는 취지다. 당장 팀장과 매니저로 보고 체계가 확 줄었다는 게 성과다. 과거에는 프로젝트 팀장을 과장급이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역량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상급자라고 도장이나 찍고 있으면 역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CIC 체제에서 대표 이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
"전체적인 방향성과 개별 CIC에서 독자적으로 하기 힘든 큰 프로젝트만 챙긴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최고역량책임자로 직원들의 역량을 축적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 봤지만 더 큰 성공을 위해 우리의 역량을 자산화시켜야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 더 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면 시도를 해야 한다. 9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 이미 누군가가 그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남이 보면 30~40%의 가능성밖에 없더라도 이를 잘 관리해 90%의 가능성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직원들의 역량이다. 경영환경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여기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김 사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인재 육성 전략은.
"글로벌 MBA(경영학석사) 제도를 8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해 60~70명이 미국·중국 등에서 공부를 한다. 이와는 별개로 글로벌 상비군을 운영하는데, 당장 해외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미래의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직원들이 1년간 해외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글로벌 인재 스카우트도 더 많이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HR(human resource·인재육성)팀을 구성했다. 프랑스·스페인·중국·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이 이 팀에서 근무하면서 해외의 리더급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어떤 것인가.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계속 진화를 해야 한다. 이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기업 문화다. 구성원들의 잠재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 문화다. 조직 문화의 핵심은 도전과 창의력, 팀워크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언제쯤 가시화되나.
"6월쯤이면 결합상품이 나올 것이다. 그 동안 유·무선 통합이라는 말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별로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쓰리 스크린 플레이(three screen play)', 즉 PC·휴대폰·TV의 세 화면을 넘나드는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이다. 플랫폼 발전과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로 유선이든 무선이든 구분 없이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진정한 유무선 통합이 가능해진 셈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융합 서비스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야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나갈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이 없으면 내수 시장에서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 김신배 사장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나왔다. 1978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했고, 이후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한국이동통신 사업전략임원,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쳐 2004년 3월 사장에 올랐다. 합리적인 성품에 SK텔레콤의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유니콤 지분 인수와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도 그의 작품이다.

―정부는 통화요금을 더 낮추겠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시설 투자와 해외 투자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이미 망내 할인이나 결합상품 등의 형태로 자발적인 요금인하를 해왔다. 그런데 여기에 인위적으로 가격을 더 내리게 되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 산업을 단순히 비용 이슈로만 보지 말고 통신 산업이 기업 생산성 향상과 개인의 정보 접근성에 공헌했다는 점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
―김 사장께서 지향하는 SK텔레콤의 미래 모습은.
"무언가를 남보다 앞서서 창조하고 혁신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마라톤에서도 선두에 서서 달리는 사람이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힘들다. 하지만 그걸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창의력·혁신·리더십을 통해 얻는 결실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나눌 것이다. 이런 공유의 정신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월드리더가 되자고 항상 직원들에게 이야기한다."
―고객 행복 경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이야기인가.
"요즘엔 '고객 2.0' 시대라고 한다. 고객은 더 이상 기업이 만들어주는 제품을 소비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객은 생산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는 고객이 표현하지 않는 잠재적 욕구까지 끄집어 내어서 제품 생산에 반영해야 한다. 상생경영이나 환경경영 같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도 큰 틀에서 보면 고객만족 경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경영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입력 : 2008.05.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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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전화 매출감소… SoIP의 매력으로 시장 확보할 것"

KT 최두환 부사장 인터뷰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KT제공

KT가 신개념 인터넷전화 'SoIP(프로젝트명)'를 개발한 이유는 뭘까.
신사업부문장인 최두환 부사장 <사진>은 "'KT가 이대로 가면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SoIP를 개발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KT는 현재 일반 유선전화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매출액 가운데 유선전화 비중이 가장 높지만, 유선전화 매출은 해마다 2000억~3000억원씩 감소하고 있다. 또 올 6월부터 일반 유선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꿀 때 '070' 식별번호가 붙지 않고, 기존의 전화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 유선전화보다 시외전화·국제전화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최 부사장은 "기존의 일반 유선전화 가입자가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로 대거 옮겨가면 KT의 매출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면서 "보통의 인터넷전화 대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SoIP를 개발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회사의 수익성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통신·컴퓨터·미디어(TV·라디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전달을 해 왔으나 앞으로는 '인터넷'이라는 단일 방식으로 운영되므로, 통신·컴퓨터·미디어의 통합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에 맞춰 개발한 것이 SoIP"라고 설명했다.
SoIP는 기존의 인터넷 포털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최 부사장은 "SoIP가 활성화되면 복잡한 정보는 지금처럼 포털사이트를 통해 얻겠지만, 날씨·교통정보·영화예약·온라인뱅킹처럼 간단한 인터넷 활동은 SoIP 단말기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력 : 2008.04.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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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제이콥스 퀄컴 CEO 인터뷰
"다양한 서비스 혁신으로 휴대폰 혁명 이끌겠다"
"와이브로보다 4세대 통신기술이 전망 밝아
로열티 받지만 향상된 기술로 보답하고 있어"
조형래 기자 hrc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미국의 휴대폰 칩 제조업체 퀄컴은 한국 입장에서는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기업이다. 퀄컴의 CDMA(미국식 디지털) 기술은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비약적 성장과 삼성전자·LG전자 같은 글로벌 휴대폰 메이커의 탄생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퀄컴은 기술 사용의 대가로 지난 10여 년간 4조원이 넘는 로열티를 걷어가 한국 기업들 사이에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분명 존재한다.
폴 제이콥스 CEO(최고경영자)는 창업자인 아버지 어윈 제이콥스 이사회 의장의 셋째 아들로 지난 2005년부터 퀄컴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 강남의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큰 키에 신중한 표정의 그는, 기자가 6년 전에 인터뷰한 어윈 회장을 빼 닮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이야기보다 휴대폰의 미래와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을 훨씬 능가하는 모바일용 칩셋을 연말이나 내년 초쯤 내놓을 것"이라며 "이런 혁신 덕분에 휴대폰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무한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국제기술 표준경쟁과 관련, "(인텔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기술보다는 유럽·미국의 주요 통신업체들이 주축이 된 4세대 통신기술 LTE(Long Term Evolution)가 대세를 차지할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폴 제이콥스 CEO는“휴대폰은 데이터 통신이나 멀티미디어 방송 등 새로운 서비스가 끊임없이 추가되면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최근 미국에서 열린 북미 이동통신 전시회에서 휴대폰 혁명을 이야기했다. 어떤 의미인가.
"휴대폰은 무엇보다 우리가 항상 들고 다니는 네트워크 기기이며, 여기에 소비자 가전이나 컴퓨팅 같은 새로운 기능이 끊임없이 추가되고 있다. 금융이나 위치기반 서비스는 물론이고, 휴대폰은 훌륭한 의료 정보기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휴대폰을 이용한 원격 진료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요즘 퀄컴의 기술 주도력이 과거 CDMA 시절에 비해 다소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퀄컴은 오랜 기간 동안 무선 기술과 시스템 설계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해 왔다. 이런 질문은 몇 년 전 3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될 때에도 있었지만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현재 통신업계의 큰 트렌드는 커뮤니케이션 기기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커진다는 것이다. 휴대용 기기들의 컴퓨팅 능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전력 효율이 좋아지면서 무선 인터넷 산업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퀄컴은 이 무선인터넷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휴대폰용 칩셋 시장에 진출한다고 했다.
"인텔은 자신들의 강점인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용 칩셋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휴대폰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인텔의 노트북PC CPU(중앙처리장치)는 빠른 정보처리 속도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전력 효율성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그러나 휴대폰은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컬컴은 현재 '스냅드래곤'이라는 모바일용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 이 칩셋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존 제품에 비해 10배나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앤디 글로브 전 인텔 CEO가 말했듯이, 시장에서 혁신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스냅드래곤은 언제쯤 출시되나.
"스냅드래곤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와 모바일 컴퓨터 제품의 칩셋으로 쓰일 것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출시될 것이다."
―인텔과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와이브로 무선인터넷 기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와이맥스(해외에서는 와이브로를 모바일 와이맥스라고 부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고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차세대 기술로는 LTE(Long Term Evolution)가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또 LTE 만큼은 아니지만 퀄컴이 개발한 UMB(Ultra Mobile Broadband)도 있다. UMB 기술이 LTE 표준에도 많이 반영돼 네트워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왜 와이브로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기업이) 와이브로를 글로벌화하려고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는 가입자 기반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와이브로의 설계 자체가 모바일용에 최적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바일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와이브로는 LTE나 UMB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시장에 먼저 나왔다는 강점도 다른 기술에 밀려 빛이 바래고 있다."
―퀄컴의 로열티 정책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불만이 많다. 로열티 정책은 변화가 없는가.
"퀄컴은 기업들이 내는 로열티 수익을 연구개발 투자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파트너들에게 더 좋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로열티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은 과거와 비해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퀄컴이 로열티를 받지만 파트너들에게 더 향상된 기술로 보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퀄컴이 한국 사회에 좀 더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학금 제도와 리서치 부문에 대한 투자 등 하는 일이 많다. 한국 학생들을 매년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 초청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뛰어난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다. 우리는 실제로 능력 있는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와이어리스 리치'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세계 19개국에서 29개의 공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보다 더 편하게 무선환경에 접속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다. 또 우리는 항상 파트너와 함께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우리는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중요한 고객이다. 삼성이나 LG전자는 이런 파트너십 속에서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고 자부한다."
―'미디어플로'라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심혈을 쏟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도 유사한 DMB(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가 있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나는 미디어플로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케이블TV 채널에 공중파가 추가되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디어플로 서비스가 당초 예정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파트너인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존이 당초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서비스 확대에 나서기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달부터는 (미국 통신업체) AT&T도 새롭게 미디어플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경쟁이 활성화되어 버라이존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미디어플로는 어떤 것인가.
"미디어플로를 통해 TV 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퀄컴은 미디어플로를 위해 독특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휴대폰 화면을 켜진 상태로 유지한다. 여기에 뉴스나 금융, 날씨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면서 화면이 바뀐다. 이로 인한 전력 소모 문제도 걱정할 게 없다. 이런 기술들이 미디어플로 서비스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
―퀄컴은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벤처의 상징으로 꼽힌다. 비결이 뭔가.
"우리는 항상 경쟁업체들과는 다른 길을 갔다. CDMA 이동통신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른 대부분의 기업들이 TDMA(시분할다중접속) 방식을 채택했지만 우리는 CDMA로 큰 성공을 거뒀다. 또 하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좋은 파트너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휴대폰 제조에 관한 한 우리가 그들보다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그들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휴대폰에 접목시켜 왔다. 기술투자에서도 퀄컴만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회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퀄컴은 전체 매출의 21%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그 투자 금액의 40%를 2~3년 안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에 배당한다."
―아버지에 이어 CEO에 올랐다. 이사회에서 당신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생각하나.
"아버지와 나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아버지는 무선 테크놀로지 기술 개발에 관심을 집중했다. 반면 나는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이런 분야에서 일을 많이 했다. 나는 항상 네트워크에 기반한 휴대폰의 사용 영역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무선 데이터나 위치기반 서비스, 미디어플로 등 새로운 서비스가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 퀄컴과 폴 제이콥스
퀄컴은 지난 1996년 한국SK텔레콤과 함께 CDMA 기술에 기반한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키면서 대표적인 휴대폰 칩셋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휴대폰 칩셋은 PC의 CPU(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작년 매출은 88억7000만달러, 순이익 33억300만달러.
폴 제이콥스(45) CEO는 공동창업자인 어윈 제이콥스 이사회 의장의 셋째 아들로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0년 디지털 신호처리 엔지니어로 퀄컴에 입사했다. CDMA 상용화, 무선 플랫폼, 미디어플로 등 핵심 사업을 주도했다. 휴대폰 사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다.

입력 : 2008.04.24 15:39 / 수정 : 2008.04.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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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통한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미래 전략이다"
MS 최고운영책임자 케빈 터너 단독 인터뷰
"야후 이사회에 호의적인 가격제시 검색시장 진출…
시장도 경쟁 환영할 것 한국 업체와도 협력 관계 확대"
조형래 기자 hrc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핵심 성장 전략입니다. 고객과 파트너들이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이런 고객 요구를 바탕으로 미래의 전략을 구상합니다."
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케빈 터너(Kevin Turner·42) COO(최고운영책임자)는 8일 오전 서울 강남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야후 인수 제안에 대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야후 이사회에 호의적인 제안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더 이상 가격 협상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MS는 지난 2월 초, 당시 야후 주가에 62%의 프리미엄을 더해 총 446억달러(약 43조5000억원)의 인수 가격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스티브 발머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위임장 대결을 통한 적대적 M&A(인수합병)도 불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케빈 터너 COO는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의 수석부사장 겸 CIO(최고정보책임자)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4년 MS의 스티브 발머 CEO에게 전격 발탁됐다. 그는 빌 게이츠 회장, 발머 CEO와 함께 MS의 최고경영진을 구성하며, MS의 영업·마케팅·서비스 등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8일 새벽 6시 30분부터 무려 5개의 공식 행사를 소화한 뒤, 이날 오후 6시 베트남으로 떠났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쓴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빡빡하게 움직였다.

▲ 케빈 터너 COO는 인터뷰 내내 고객과 파트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초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제휴를 통해 '접근성 랩(Accessibility Lab)'을 만들기로 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인이나 장애인, 빈곤층이 디지털 테크놀러지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 이런 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야후 인수 협상은 어떻게 되어가나. 발머 CEO는 야후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적대적 M&A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거기까지다. 우리는 온라인 광고와 인터넷 검색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후 이사회에 대해 적정한 수준의 제의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들도 신중하게 고려할 것으로 믿는다."
―인터넷 검색과 관련한 큰 전략은 무엇인가.
"온라인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고객과 파트너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이고,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자는 게 우리의 청사진이다. MS는 올해 연구개발(R&D)에 세계 어느 기업보다 많은 7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4대 핵심 투자부문 중에 하나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이다."

▲ 윈도우 비스타 /블룸버그

―MS는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이미 세계 최고인데, 굳이 검색 시장까지 진출해야 하나. 독점 문제가 더 심화되는 게 아닌가.
"인터넷 검색은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사업의 한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고객과 파트너들도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고객의 요구를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과 디지털 광고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구글)가 있다. 우리가 1등이 아니다. 이 경쟁자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우리가 새로 진출한다면 시장에서도 경쟁을 환영할 것이다."
―MS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한해 70억달러를 4대 부문의 R&D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첫 번째 중요한 투자 부문이 윈도나 오피스 같은 데스크톱PC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이며, 두 번째가 서버 등 기업 비즈니스 부문이다. 세 번째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인데, 게임기 X박스나 인터넷 TV(IP TV), 미디어 룸 등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관련이 깊은 사업이다. 마지막이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이다. 이 부문은 가장 최근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파트너와 소비자에 요구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6년 한국에서 발족한 '코리아 소프트웨어 에코 시스템'(MS와 한국 업체간의 상생협력 시스템)이다. 우리는 당시 향후 3년간 6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36개 소프트웨어 업체가 전략적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다. 이는 전략적으로 우리에게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업체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올해에만 해도 성장률이 대략 15~16% 정도될 것으로 기대하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수치다. MS는 4개의 부문이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특정 부문에 치우침 없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MS가 서버 사업을 시작할 때 일부에서는 의구심을 보였으나 서버는 매우 성공적인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서비스 같은 신규 사업의 미래 전망도 밝다. 오히려 과거보다도 앞으로가 훨씬 실적이 좋을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잘 되어가나.
"작년 한국에 왔을 때 삼성물산과 미팅을 했다. 유비쿼터스 홈 비즈니스와 관련, 삼성물산을 비롯한 한국 파트너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빌 게이츠 회장이 오는 7월 경영일선에 퇴진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MS 리더십은 어떻게 바뀌나.
"게이츠 회장이 완전히 물러나는 게 아니라 풀 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예전에 시간의 80%를 마이크로소프트에, 20%를 게이츠 자선재단에 할애했다면, 7월부터는 MS에 20%, 80%는 재단 일에 쏟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사회 회장으로 남을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앞으로도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데 참여할 것이다."
―MS에 세대교체가 언제부터 시작됐나.
"3년 6개월 전 내가 MS로 옮길 때 발머 CEO가 이미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2년 전부터 이런 방향으로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기업 경영에서 2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리더십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월마트에서 전격적으로 MS의 COO로 영입된 배경은. 발머 CEO가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들었다.
"매출 400억달러, 직원 숫자가 12만5000명이나 되는 월마트에서 근무한 경험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월마트는 MS의 가장 큰 고객이었기 때문에 나는 월마트 시절부터 MS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 MS로 옮길 무렵, 게이츠 회장, 발머 CEO와 오랫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게이츠 회장이 "우리와 함께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멋진 제안이었다. 발머 CEO가 강하게 권유한 것도 사실이다."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교한다면.
"두 회사는 업종이 완전히 다르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 특히 훌륭한 리더들이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 그리고 빌 게이츠 회장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케빈 터너

대학 재학 시절 월마트의 계산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월마트의 다양한 직책을 거쳤으며 1995년 29세의 나이에 월마트 사상 최연소 임원으로 선임됐다. 그는 이후 월마트의 수석부사장 겸 CIO로 근무하면서 월마트 최고 영애인 '샘월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서 선정한 '국제 비즈니스 계에서 주목할 인물', 또 포천지가 선정한 '40세 이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오르기도 했다.

입력 : 2008.04.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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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도 반도체처럼 핵심 수출산업 될 날 올 것"
CJ인터넷 정영종 대표
적극적인 마케팅, 히트작 만들어 올해부터 동남아 시장 본격 공략 2013년 해외 매출 9000억원 목표
조형래 기자 hrc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CJ인터넷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게임 업체로 꼽힌다. 2006년 매출이 1052억원이었지만 올해에는 1900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CJ인터넷은 미국. 최대의 게임업체인 EA처럼 퍼블리싱(publishing·게임배급)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외부에서 될성부른 게임을 발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대(大)히트작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인기절정의 FPS(First Person Shooting·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과 야구게임 '마구마구' 등이 CJ인터넷의 대표적인 퍼블리싱 게임이다.
이 회사의 정영종(43·사진) 대표도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게임 산업을 잘 꿰뚫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이다. 게임 개발자가 회사를 이끄는 전형적인 한국 온라인 게임 CEO(최고경영자)와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게임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게임 출시시기, 수요 계층, 개발 코스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발굴하는 데도 마케팅 능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인터넷은 50개 개발사와 제휴, 쉽게 즐길 수 있는 웹보드 게임에서 스포츠, 액션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까지 6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수익구조도 안정적이다. 예를 들어 '서든어택'처럼 월 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표작은 물론, 월 2억~3억원 이상 꾸준히 실적을 내는 게임들이 10개가 넘기 때문에 특정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정 대표는 올해부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는 멕시코·싱가포르·태국·베트남·일본·중국 등 한 달 동안 7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하면서 시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중국·인도·멕시코·동남아시아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는 현재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콘솔 게임(console game·전용 게임기를 TV 등에 연결해 작동하는 게임)이 아니라 한국처럼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콘솔게임보다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머징 시장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주도적인 게임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정 대표는 "올해에는 이미 진출한 일본과 중국에서 제법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며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진출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인터넷은 이미 싱가포르·베트남 등에 직원을 파견해 동남아 시장 진출 여건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전체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CJ인터넷은 장기적으로 해외 사업은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전(全)과정을 현지 회사를 중심으로 운영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중국·일본 등에서는 현지 게임 개발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오는 2013년 총 매출 1조3000억원에 이중 9000억원 정도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게 목표"라면서 "그 때쯤이면 게임 산업도 전자나 반도체처럼 핵심 수출 산업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영종 대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텍사스오스틴대학교에서 광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애드, LG전자를 거쳐 1999년 야후코리아에서 근무하면서 IT 비즈니스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부터 CJ인터넷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벤처 성향이 강한 게임업체에 대기업적인 시스템 경영을 잘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등 친화력도 뛰어나다.

입력 : 2008.03.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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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중심 통신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BT 글로벌서비스 총괄 프랑소아 바로 사장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신회사인 영국 BT는 2000년대 초반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3세대 이동통신 사업면허(주파수) 확보를 위해 100억 파운드(약 19조5000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게다가 영국 통신위원회(Ofcom)는 BT의 유선통신망을 다른 통신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 BT를 곤경에 빠뜨렸다. BT의 회생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BT에 임직원을 파견해 선진 통신사업을 배워왔던 KT도 "BT는 더 이상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다"며 철수했다.
하지만 BT는 기적처럼 부활했다. '통신회사는 내수기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해외시장에 과감히 진출한 것이 비결이었다. 지난해 4~12월 BT의 글로벌서비스 사업 매출은 56억6300만파운드(약 11조 428억5000만원)를 기록, BT 전체 매출액의 37.2%를 차지했다. BT의 부활은 최근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속도가 느려진 국내 통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방한한 BT 글로벌서비스 총괄 프랑소아 바로(Fran?ois Barrault·46·사진) 사장(CEO)을 만나 BT가 해외사업을 통해 부활한 배경을 들어봤다. 바로 사장은 "이제 통신회사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T 글로벌서비스의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준다. 예를 들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곧바로 사업을 하려면 핵심설비인 디지털 인프라를 빨리 설치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프라는 보안성이 강한 기업용 통신망과 각종 IT(정보기술) 장비, 데이터센터, 글로벌 로밍이 되는 이동통신 기기 등 다양하다. 이것을 일괄 공급하는 것이 BT 글로벌서비스의 사업이다. 삼성·LG·한진해운 등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기업들도 해외지사의 디지털 인프라를 BT에 의뢰한다."
―BT가 빠르게 성공한 요인은.
"시장을 먼저 발견하고 뛰어든 것이 장점이다. BT는 2002년에 글로벌서비스 사업에 진출해 현재는 176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유니레버·지멘스·로이터·코카콜라·차이나쉬핑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BT가 제공한 디지털 인프라를 이용한다. 이들 기업은 전세계 네트워크를 BT로 단일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BT도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 텐데.
"세계 곳곳에서 IBM 등 다국적 IT기업과 경합을 벌인다. BT는 현지국가의 기간통신사와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BT를 반드시 경쟁 상대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윈-윈(win-win)하는 부분이 많다. 이것이 글로벌서비스 사업의 특징이다."
―BT 안에서 글로벌서비스 사업의 비중은.
BT의 사업은 네 가지다.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선전화 사업, 유선전화 회선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통신 도매사업, BT의 유선통신망을 다른 통신사도 동일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오픈리치(Openreach), 끝으로 글로벌서비스가 있다. 이 중 글로벌 서비스가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서비스는 전세계 직원이 3만7000명에 이르고, 올해 95억~100억 파운드(약 18조 5250억~19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BT의 미래전략은.
"내수중심의 통신산업을 뛰어넘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BT의 목표다. 'BT'는 British Telecom(영국통신)을 뜻하지만, 최근엔 'Beyond Telecom(통신을 넘어서)'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BT의 총괄 CEO(벤 버바이엔)는 네덜란드 출신이고, 유럽법인 사장은 스페인사람, 글로벌서비스 사장인 나는 프랑스 국적이다. 사장들의 국적만 봐도 BT가 얼마나 글로벌 기업이 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다."
―최근 한국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한국은 성장이 빠른 시장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한국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BT를 이용하는 기업은 300개인데 올해 말까지는 6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한국에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프랑소아 바로
(Fran?ois Barrault·46)

프랑스 출신으로 에꼴 센트랄에서 로봇공학·인공지능 등을 전공했다. IBM·루슨트테크놀로지 등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고, 2004년 BT에 합류, 2007년 4월 BT 글로벌서비스의 CEO가 됐다. 그는 BT에서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프랑스 기업문화가 답답해, 젊은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책임자로 선임하는 해외기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BT
1846년 영국 우체국 산하에 설립된 텔레그래프(전신전보) 서비스 회사인 '일렉트릭 텔레그래프(Electric Telegraph)'사가 모체다. 1980년 '브리티시 텔레콤'으로 분리됐고 1984년부터 1993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민영화됐다. BT라는 이름을 쓴 것은 1991년부터다. 주요 사업분야는 IT 네트워크 통신,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임대·관리, 글로벌서비스 등이다.

입력 : 2008.03.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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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아시아 구글 꿈꾼다
中 토종 포털사이트 바이두 CEO ‘리옌훙’
MP3·커뮤니티 앞세워 한달 검색 33억회
3분기 점유율 60.5%…日진출 야후에 도전
“한국 진출 못했지만 2~3년 뒤 고려 중”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리옌훙(李彦宏·Robin Lee) 바이두(百度) 최고경영자(CEO)의 야망은 실현될 것인가. 중국 토종 인터넷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질주가 무섭다.
중국 토종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 약 2420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가 넘는다. 또 애널리시스 인터내셔널은 3분기 중국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바이두가 시장점유율 60.5%로 23.7%에 그친 구글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야후는 10.4%에 불과했다.
동시에 리 CEO에 대한 평가도 치솟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2006년 베스트 리더 중 한 명으로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등과 함께 그를 꼽았다. 후룬(胡潤)연구소는 지난달 25일 그를 ‘중국 IT부호 순위’에서 첫 손에 꼽았다. 그의 재산은 180억위안(약 2조1600억원)에 달한다.
리 CEO는 원래 베이징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91년 컴퓨터 과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검색이 장차 중요한 서비스가 될 거라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뒤, 다우존스·인포시크(Infoseek) 등 미국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기술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1999년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홀연히 중국으로 돌아왔다. 시가 50여만 달러에 달하는 인포시크의 주식 제의도 뿌리쳤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제는 중국 인터넷 시장에 비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돈키호테처럼 자신만만하게 120만 달러의 창업 자금을 모았다. 그는 한 투자자와 만난 자리에서 휴대전화기를 던지며, “미래가 밝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안된다고 단념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큰소리를 쳐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바이두를 성공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MP3 음악파일 검색. 저작권 논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던 시기에, 바이두는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음악파일의 위치를 검색해줘 큰 인기를 끌었다.

▲ ▲ 바이두의 CEO(최고경영자) 리옌훙. 그가 2000년 창업한 바이두는 현재 한달 검색횟수가 33억회에 달하는 세계 3위 검색 사이트로 성장했다. 최근 바이두는 일본 인터넷 검색시장에도 진출했다. /AP

이후 커뮤니티 검색 등이 히트하면서 바이두의 사용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중국 당국이 구글·야후 등 해외 사이트에 대해 검열과 차단을 강화해 사용자들이 검색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바이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재 바이두는 한 달에 검색이 33억회에 달하는 세계 3위 검색사이트다.
구글과 야후가 뒤늦게 중국 당국의 사전 검열에 합의하며 바이두를 쫓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구글은 바이두의 인력을 높은 연봉으로 스카우트하고,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직접 나서서 베이징 개발센터에 수천 명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없다.
구글·야후를 누른 리 CEO의 꿈은 이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바이두는 단순한 중국 검색사이트를 넘어 국제적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발표해, 경쟁자인 타오바오닷컴, 중국 이베이 등을 긴장시켰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야후 재팬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시장은 조만간 바이두발(發) ‘포털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바이두의 일본 진출을 두고 중국의 각 신문은 “바이두가 ‘중국어 최대 검색엔진’에서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이 될 것”이라며 요란을 떨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리 CEO는 한국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한국 시장에 일찍 진출하지 못한 게 잘못이지만, 2~3년 뒤라면 한국에서 건전한 경쟁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 CEO의 꿈이 단순한 자신감으로 끝날 지 아니면 아시아를 묶는 포털이 탄생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업체 이그니션의 아이크 리(Ike Lee) 파트너는 “바이두의 성공은 재빠른 적응 능력에 기인하지만, 사실 중국 당국의 외국 포털 규제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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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11.0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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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만 챙긴다는 건 오해… ”
“3세대 시장서도 성공하겠다”
폴 제이콥스 퀄컴 CEO 인터뷰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 퀄컴 최고경영자 폴 제이콥스 /뉴시스

퀄컴은 과연 한국 업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CDMA 신화의 공신인가, 아니면 과도한 로열티를 챙기는 기업인가. CDMA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은 그 동안 한국 기업과 언론들에게 애증(愛憎) 섞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기업이었다.
그런 퀄컴(Qualcom)의 최고경영자(CEO) 폴 제이콥스(Paul Jacobs)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폴 CEO는 아버지인 어윈 제이콥스(Erwin Jacobs)에 이어 퀄컴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퀄컴이 이동통신 발전에 도움을 줬지만 지나치게 퀄컴이 로열티를 많이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퀄컴이 받는 로열티가 휴대전화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 우리의 전세계 표준 로열티 비율은 낮은 한자리 수 대다. 우리는 1985년 이후 연구개발에 6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덕분에 제조업체들이 기술의 질은 더욱 향상됐다.”
―그 동안 한국업체들과 거래하면서 느낀 인상은?
“한국은 CDMA를 세계 최초로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그 가치를 입증한 곳이 아닌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 경쟁력을 보여줬고, 신기술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중국 통신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후 중국 이동통신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중국의 CDMA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2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의 CDMA 가입자는 올해 초 기준으로 3700만명에 달한다.”

―퀄컴은 2세대(2G) 휴대전화에서 CDMA 기술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3세대 휴대전화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3세대에는 유럽방식(WCDMA)이 퀄컴을 앞서는 느낌이다. 3세대 시장에서도 퀄컴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신형 CDMA 기술을 쓰는 3세대 휴대전화는 계속 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5500만명이 퀄컴방식(EV-DO)의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다. 2년 사이에 100%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유럽 방식의 휴대전화(WCDMA, HSDPA)라고 해서 우리 기술이 안 쓰이는 게 아니다. 이것 역시 일부는 우리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입력 : 2007.11.0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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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내비게이터 업계, 향후 전망은…
톰톰과 가민, 유럽·미국시장 양분 상태
휴대폰 길안내 서비스, 새로운 강자로…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세계 내비게이터 시장은 유럽의 톰톰(TomTom)과 미국의 가민(Garmin)이 1·2위를 다투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톰톰은 처음에 PDA(개인 휴대 단말기)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네덜란드 사업가 피터 프란스 포웰스(42)가 26세였던 1991년, 암스테르담 대학 동창인 피터 길렌과 창업했다. 초기 PDA 제품을 생산하다 2001년 회사 이름을 톰톰으로 바꾸고 최초의 이동식 내비게이터를 출시했다. 지금은 유럽 시장을 거의 싹쓸이한 상태. 유럽 어느 자동차 매장을 가든 톰톰의 내비게이터가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톰톰은 심플한 디자인에 EU(유럽연합) 전체에 대한 길안내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반면 가민은 1989년 게리 버렐과 대만계 미국인 민 카오 등이 설립한 항공기용 길안내 장치 제조 회사로 출발했다. 가민은 병사들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군사용 위치추적 시스템을 개발, 1991년 걸프전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이동식 내비게이터를 개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했다.
작년 2분기를 기준으로 유럽의 차량용 이동식 내비게이터 시장은 톰톰이 50%로 1위, 가민은 8%로 2위다. 미국 시장은 가민이 51%로 1위, 톰톰이 27%로 2위다. 유럽의 톰톰이 세계 이동식 내비게이터 시장 1위 업체가 된 것은 유럽 시장이 미국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도로망과 관련 깊다.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길이 많은 유럽이 내비게이터 수요가 큰 반면, 상대적으로 도로망이 종횡으로 잘 정비된 미국은 아무래도 수요가 적다는 것이다.
국내 내비게이터 시장은 지난해 130만대에서 올해 200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세계시장의 약 10% 규모다. 이처럼 국내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크고 작은 내비게이터 생산업체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내비게이터 시장은 팅크웨어·현대오토넷·카포인트 등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내비게이터 시장은 몇 가지 요인에 따라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하나는 얼마나 정확한 전자지도를 확보하느냐다. 현재 국내 전자지도를 자체적으로 제작한 업체는 팅크웨어, 계열사로 두고 있는 업체는 현대오토넷이다. 그러나 최근 나브텍, 텔레아틀라스 등 세계 1·2위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내비게이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나브텍코리아는 첨단 전자지도 제작차량 19대를 운영, 전국을 돌며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차량은 좌우 130도까지 보이는 디지털카메라로 달리면서 주변의 도로와 건물을 촬영, 본사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내 곧바로 지도를 만든다. 이에 비해 국내 전자지도 업계는 장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시간이 갈수록 전자지도의 품질격차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래엔 자동차 회사가 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장착하는 고정식 내비게이터 판매량이 늘어나 이동식 내비게이터를 앞지를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비게이터 산업 보고서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점차 길안내 장치를 에어컨처럼 기본품목으로 장착하게 될 것이므로, 차를 출고한 후에 소비자가 장착하는 이동식 내비게이터 시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휴대폰을 이용한 길안내 서비스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휴대폰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갈수록 빨라면서 현재보다 상세한 지도를 이용한 길안내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길안내 서비스는 도로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길안내가 가능해 내비게이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길안내 장치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car navigation system) 또는 내비게이터라고 부른다. 지상 2만km의 궤도상에서 20여개의 위치추적 위성이 발사하는 신호를 지상에서 수신, 차량 내부에 장착된 모니터에 차량의 현재위치,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 등을 표시하여 주는 장치다. 구성 요소는 디스플레이, 전자지도 소프트웨어, 위성 수신용 안테나 등이다. 자동차 회사가 차를 제작하는 과정에 미리 장착하는 고정식(fixed)과, 차량을 출고한 후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구입해 장착하는 이동식(portable)으로 나뉜다. 최근엔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제품과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겸용제품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입력 : 2007.10.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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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지도 장악 나선 노키아의 야망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세계 전자지도 업계 1위인 나브텍(Navteq)을 인수했다. 이로 인해 휴대폰 업계는 물론 전자지도 업계와 자동차 길안내 장치(내비게이터) 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당장 세계 1위 내비게이터 업체인 ‘톰톰(TomTom)’은 방어책으로 세계 2위 전자지도 업체인 텔레아틀라스 인수에 뛰어들었다. 지도 찾기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폰을 개발, 세계 휴대폰 시장의 틈새공략에 나섰던 애플과 구글도 노키아의 나브텍 인수에 긴장하고 있다.
전자지도 업계 세계 1위 나브텍
노키아가 나브텍을 인수한 금액은 81억달러(7조4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나브텍의 예상 순이익의 50배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최근 이뤄진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의 매각금액 74억달러보다 크다. 나브텍이 어떤 회사이길래 노키아가 이처럼 높은 가격에 인수했을까.
미국 나브텍은 세계 최대 전자지도 업체다. 세계 전자지도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자동차 길안내장치(내비게이터)와 인터넷 지리정보 서비스 등 전자지도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브텍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나브텍이 제작한 전자지도는 자동차 길안내 장치는 물론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지리정보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요소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는 예외 없이 나브텍의 전자지도가 들어간 길안내 장치(내비게이터)를 장착하고 있다. 구글이 자랑하는 지도서비스도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기본으로 해서 이뤄졌다. 나브텍 본사의 마크 나델(Marc Naddell) 부사장은 “전 세계인들이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터치하는 회수가 하루 9000만 번에 이른다”고 말했다.
▲ ▲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최근 세계 1위 전자지도 회사 나브텍을 인수함에 따라 휴대폰?전자지도?자동차 길안내 장치 등 관련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혼다 아큐라 SUV(지프형차)에 장착된 자동차 길안내 장치의 모습. /블룸버그

나브텍이 세계 최대 전자지도 회사로 성장하기까지는 10년 가까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전자지도 개발투자에만 전념한 인고(忍苦)의 세월이 있었다. 나브텍은 세계적인 전자회사 필립스의 자(子)회사로 1985년 미국에서 출범했다. 필립스 경영진은 차량용 길안내 장치와 인터넷 지도검색 서비스, PDA(개인 휴대 단말기), 휴대폰 등 모바일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전자지도가 핵심 요소의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브텍의 전자지도가 들어간 최초의 상업용 내비게이터가 등장한 것은 1994년 북미에서였다. 1996년엔 유럽에도 내비게이터가 판매됐다. 필립스는 2004년 나브텍을 뉴욕증시에 상장시키면서 대부분 지분을 매각해 대규모 이익을 챙겼다.
노키아는 이번에 나브텍의 일반 투자자 지분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여, 나브텍을 인수했다. 나브텍은 지난해 매출액 5억8161만달러(약5350억원), 영업이익 1억5369만달러(약 1413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이 26.4%로 매우 높은 편이다. 본사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있고 28개국 167개 사무소에 28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내 전자지도 업체 픽쳐맵인터내셔날(PMI)을 인수, 국내에도 진출했다.
나브텍 인수한 노키아의 전략
노키아가 예상보다 큰 금액에 나브텍을 인수한 것은 우선 나브텍 자체의 경쟁력 때문이다. 나브텍의 역사에서 보듯, 전세계 전자지도를 단기간에 개발할 수 없고, 설령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1위 업체로 만들기가 어렵다.
위치기반 서비스의 기초가 되는 전자지도를 선점(先占)하려는 의도도 강하다. 위치기반서비스(LBS·location-based service)는 지리정보와 IT기술이 합쳐진 서비스로 IT 업계의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떠오르는 분야다.
예를 들어 세계 1위 검색사이트 구글의 지도 사이트 ‘파인드 비즈니스’에서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으면 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지도 위에 표시된다. 식당뿐만 아니라 호텔·여행안내센터·쇼핑몰·부동산정보·교육기관 등 다양한 정보를 안내해 준다. 맨하탄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편리한 정보다. 구글 지도사이트에서 마이맵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주로 찾는 업종의 위치정보를 볼 수 있고, 검색한 서로 다른 업종의 위치 정보를 하나의 지도 위에 표시할 수도 있다.
노키아는 미래의 위치기반 서비스 중심이 PC에서 휴대폰으로 옮겨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들이 움직이면서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위치정보를 빨리 얻도록 한다는 것이다. 휴대폰에 전자지도를 넣고 여기에 각종 위치정보를 담는다는 것이 노키아의 기본 전략이다. 전자지도에 맛집 위치와 메뉴, 주유소와 기름값, 부동산 시세, 쇼핑몰, 대중교통 정보 등을 표시, 이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위치기반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전자지도를 내장한 휴대폰이 각국 이동통신 업체들과 단말기 납품협상을 하는 데에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한 선진국의 경우 이동통신 업계는 요즘 음성통화로부터 얻는 수익이 한계에 다다르자, 위치기반서비스와 모바일 게임 등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을 찾고 있다. 결국 노키아는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활용해 세계 휴대폰 시장의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지키겠다는 것이다.
전자지도 관련업계 파장

노키아의 나브텍 인수는 지도검색 서비스를 앞세워 휴대폰 시장을 파고 들려는 구글과 애플에 강한 견제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근 구글폰과 아이폰을 개발, 휴대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애플은 터치스크린과 MP3 기능을 갖춘 아이폰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 구글폰과 아이폰의 특징 중 하나가 지도검색 서비스다. 구글은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지도 찾기 서비스를 아이폰에도 공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아가 나브텍을 인수함에 따라 구글과 애플의 지도검색 서비스는 견제를 받게 됐고, 휴대폰의 판매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자지도와 내비게이터 업계도 후폭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내비게이터 제조업체인 톰톰은 최근 전자지도 업계 세계 2위인 텔레아틀라스 인수를 위해 14억유로(약 1조8000억원)를 차입키로 했다. 톰톰은 지난 7월 텔레아틀라스를 27억달러(약 2조48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신용 위기를 맞아 인수과정이 지연됐다. 톰톰이 신용위기에도 불구, 대규모 차입을 통해 텔레아틀라스 인수를 서두르는 것은 나브텍이 노키아 계열사로 편입된 것과 관련 깊다는 분석이다. 길안내 장치의 핵심인 전자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채, 껍데기에 해당하는 내비게이터 생산기술만 갖고서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현재 삼성전자가 나브텍코리아(옛 PMI)로부터 전자지도를 공급 받아 차량용 길안내 장치를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나, 노키아가 나브텍을 인수함에 따라 전자지도를 공급받는 관계가 됐다. 나브텍코리아의 서영택 부사장은 “현재 삼성이 생산중인 내비게이터가 국내 시장용이어서 전자지도를 계속 공급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지도
디지털 맵(digital map). 말 그대로 종이지도를 컴퓨터에서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한 지도다. 종이지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자지도는 자동차 길안내 장치(내비게이터)나 인터넷의 지도검색 서비스의 핵심 구성요소다. 전자지도가 들어있는 단말기를 이용하면 현재위치·주유소·음식점·목적지 가는 길 등 각종 지리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행정기관이 도시계획을 하거나 재해대책·범죄수사 등을 하는 데에도 활용가치가 높다. 최근엔 고객의 속성이나 지리적 분포를 분석하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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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지도가 미래 IT산업 판도 바꿀 것”
마크 나델 나브텍 부사장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 마크 나델 나브텍 부사장.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미국 나브텍(NAVTEQ)은 세계 최대 전자지도(디지털 맵) 회사다. 세계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자동차 길안내장치(내비게이터)와 인터넷 지리정보 서비스 등 전자지도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브텍은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구글 지도서비스도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기본으로 해서 이뤄지고 있다. 나브텍은 지난 2005년 국내 전자지도 업체 픽쳐맵인터내셔날(PMI)을 인수, 국내에도 진출했다. 현대·기아차의 수출용 차량에 장착되는 길안내 장치의 지도를 나브텍코리아가 공급하고 있다.
나브텍은 올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위치기반서비스 챌린지’ 행사를 개최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응용한 위치기반 서비스 신제품을 개발해 경쟁하는 대회다. 대회에 입상하면 지원금도 주고, 투자자도 연결해준다. 이 행사를 총괄하는 나브텍 본사의 마크 나델(Marc Naddell·44) 부사장이 최근 방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전자지도를 응용한 소프트웨어는 미래 IT 산업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위치기반서비스 챌린지 행사를 언제부터 개최했나.
“5년 전부터다. 나브텍의 전자지도가 알려지면 기업들이 이 지도를 응용한 프로그램을 많이 요청했다. 하지만 나브텍은 지도만 개발할 뿐 여기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응용 소프트웨어는 개발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이 행사를 시작했다.”

―나브텍이 행사를 통해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참가자들은 크고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다. 이들은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이용해서 기업 유통, 엔터테인먼트, 길안내 장치와 관련된 응용프로그램을 만든다. 독거노인이나 성범죄자 거주지역을 지도상에서 알려주는 소셜네트워크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응용 프로그램의 가치가 커질수록 나브텍의 전자지도 매출액도 늘어난다.”
―행사 참가자들이 선보인 응용 프로그램 중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
“체력단련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과거 운동기록과 몸의 상태를 미리 기록해 놓고 일정 지역을 달리면서 운동을 하면, 지형의 가파른 정도를 체크해 어느 지점까지 가면 열량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알려준다. 지역정보를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시내 주차장의 어느 지역에 차를 세울 수 있는 자리가 비었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특정 지역의거주자들의 평균 연봉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알려주는 제품도 나왔다.”
―행사에서 입상한 기업은 어떤 혜택을 받나.
“업체 심사과정에 나브텍은 관여하지 않고, 통신회사나 언론사 등 외부 기관 전문가들이 최종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지난해엔 24개 업체를 선정해 약 2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했고, 이와 별도로 투자자를 연결해 줬다. 선정된 회사는 이름이 언론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는 효과도 얻는다.”
―아시아에서 글로벌 위치기반서비스 챌린지 행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아시아 지역은 나브텍의 미래 성장동력원이다. 전세계 2080만명의 무선통신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430만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다.
―나브텍이 세계 1위 전자지도 회사가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회사가 1985년부터 자동차 길안내 장치(내비게이터) 개발을 시작했으나, 첫 제품은 9년 후인 94년에 유럽 자동차 회사에 납품했다. 시장이 열리기 약 10년 전에 회사를 만들어 투자를 한 것이다. 초기에는 사업에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요즘은 전자지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커지고 있다.”
나브텍은 지난해 매출액 5억8161만달러(약5467억원), 영업이익 1억5369만달러(약 1444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것)이 26.4%로 매우 높은 편이다.
―전자지도를 제작하는 방법은.
“좌우 130도까지 보이는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한 차량이 달리면서 주변의 도로와 건물을 촬영한다. 자동차의 카메라가 본사 컴퓨터와 실시간 연결돼 있어, 화면을 보내면 곧바로 지도를 만든다. 나브텍코리아엔 전자지도 제작차량 19대를 두고 있다.”
―미래 전자지도의 응용분야는.
“전세계인들이 나브텍의 전자지도를 터치하는 회수가 하루 9000만 번에 이른다. 대부분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미래에는 보물찾기 게임에 길안내 장치가 사용되고, 박물관 등 자기가 흥미를 갖는 장소를 미리 저장해 놓으면 길을 가는 도중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나올 것이다. 경찰과 소방서의 긴급출동 같은 공공업무에도 전자지도가 필수적이다. 전자지도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녹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브텍 (NAVTEQ)

자동차·휴대폰의 길안내장치(내비게이터), 인터넷 지도서비스 등에 필요한 전자지도(디지털맵) 원본을 제작하는 회사로 1985년 설립됐다. 세계 전자지도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구글 지도서비스와 현대·기아차 수출용 차량의 길안내 장치에 나브텍 전자지도가 들어간다. 전 세계 국가의 전자지도를 제작, 소프트웨어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본사는 미국 시카고에 있고, 28개국 167개 사무소에 28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입력 : 2007.09.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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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의 핵심은 젊은 벤처정신이다”
소프트뱅크 모바일 마츠모토 부사장
백승재 기자(글) whitesj@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명원 기자(사진) m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자의 다른 포토보기

 

▲ ▲ 소프트뱅크 모바일 마츠모토 부사장

2006년 은퇴를 고려하던 한 일본인 경영자가 친하게 지내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을 받아 도쿄 시오도메 소프트뱅크 본사를 찾았다. 손 회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와 소프트뱅크 모바일을 도와주세요.” 이 경영자는 말했다. “나는 너무 늙었다네.” 그러자 손 회장이 짧게 끊었다. “물러나면 남자가 아닙니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테드 마츠모토(Ted Mazmoto·67) 부사장이 소개한 사연이다. 손 회장의 한마디에 마츠모토 부사장은 미련없이 소프트뱅크 모바일 행을 선택했다. 교토대 법대, 이토추(itochu) 상사를 거쳐 뜬금없이 퀄컴 재팬을 세우고, 끝내는 소프트뱅크에 투신한 그의 인생은 굵직한 ‘벤처 인생’ 그 자체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만나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성공 비결을 물어봤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약진이 화제다. 특히 요금제가 화제가 되는 것 같다.
“후발 사업자니까 할 수 있는거다. 우리 업체는 통신업계에서 좀 특이한 존재다. KDDI나 NTT 도코모는 통신 사업자로 출발했지만, 우리는 인터넷이 고향이다. 게다가 항상 배고프다. 가입자수도 적다. 때문에 ‘가입자 간 통화 무료’ 같은 요금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3G(3세대 이동통신) 시장 진입도 늦어 주변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는데.
“물론 경쟁이 힘의 원천이다. 우리는 건강한 경쟁으로 네트워크에 대한 사업의지를 키우고 있다. 사실 인수 전 업체인 보다폰은 유럽식 문화를 가진 회사여서 3G 시장을 너무 오래 지켜보다가 시장을 잃었다. 투자대비 수익이 안보인다고 투자를 접다 보면 경쟁사에 지게 된다. 사용자가 찾을 것을 항상 먼저 찾아야 한다.”
-3G 서비스의 미래를 확신하나? 사실 3G 서비스에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수익을 올려주는 핵심 컨텐츠)’이 없다는 지적도 많은데.
“누가 그러던가(웃음)? 하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라. 2.5G에서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있었던가? 사실 사람들은 더 좋은 휴대전화를 갖고 싶어할 뿐이다. 예를 들어 3G 휴대전화는 대부분 QVGA를 지원한다. 예전보다 4배는 선명한 화질을 갖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쉽사리 3G 서비스에 가입하곤 한다. 3G는 수익모델이 없다고 망하고, 나왔다고 대박나는 이슈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미래 전략은?
“휴대전화는 PC가 되가고 있다. 크기는 작아도,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5년 뒤면 인터넷이 망을 장악할 것이다. 우리는 가장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싸다. 지금은 아마 요금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미래에는 또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음악, 동영상, 만화 등 모든 컨텐츠를 즐기고 있다. 일본의 노인들이 휴대전화 만화를 특히 즐기고 있다는 걸 아닌가? 그들은 큰 만화책을 펼쳐 주변의 시선을 받는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 몰래 킥킥대고 있다. 이미 많은 게 변화하고 있다.”
-퀄컴 재팬을 창업해 회장으로 일하다가 젊은 직원들이 모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에 오니 힘들지 않은가?
“무슨 소리. 나야말로 ‘벤처맨’이다. 젊은 시절 당시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이토츄 상사에 입사했던 것도 미쓰비시 같은 기존 대기업과 경쟁하는 당시 기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전공하고는 관계도 없는 기술들을 잠을 줄여가며 배웠다. 그러다가 퀄컴의 잠재력을 보고 퀄컴 재팬을 창업하게 됐다. 이제 다시 소프트뱅크의 젊은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다. 은퇴하지 않길 잘했다.”

입력 : 2007.09.06 22:29 / 수정 : 2007.09.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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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인터넷의 황제 꿈꾸는 ‘풍운아’ 손정의
日 이동통신업계 기록 갱신중인 소프트뱅크
이동통신시장 뛰어들어 파격요금제로 매서운 활약
다른 대기업과 다르게 독보적인 벤처정신 발휘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동아시아에 과연 ‘손정의 제국’은 완성될 것인가.
포털, 초고속 인터넷에서 이동통신으로 진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활약이 매섭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에 투자한 인터넷 컨텐츠 업체들은 증시 활황과 함께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끊임없는 거품 논란 속에 부침을 거듭해온 손 회장은 결국 ‘풍운아’의 딱지를 떼고 수년 내 ‘황제’로 올라설 수 있을까.
‘나만의 길’로 일어선다
손 회장은 최근 소프트뱅크 모바일 분기실적 발표장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자리 잡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언급이었지만, 사실 그 뒤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대약진이 있었다. 2006년 손 회장이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만든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최근 일본 이동통신업계의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지난달 11일로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인수 당시 가입자는 400만명에 불과했다.
결정타는 지난 1월 도입한 새 요금제 ‘화이트 플랜’이다. 손 회장은 그다운 파격으로 월정액 980엔(약 8000원)에 아침 9시부터 밤 1시까지 소프트뱅크 모바일 사용자끼리 무료로 통화가 가능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경쟁사도 가격을 낮추면 24시간 가격을 추가로 내리겠다”고도 호언했다. 여기에 통신 사용자들의 수요가 폭발했다.
3위 업체로 생존이 불투명하던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단숨에 일어섰다. 화이트플랜의 가입자는 700만명이고, 월 평균 100만명이 늘고 있다. 실적도 대폭적으로 늘었다. 2분기(3월 기준으로는 1분기) 매출은 6630억엔, 영업이익은 787억엔에 달한다.
지난해 인수 당시 블룸버그 등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모두 손 회장의 인수에 대해 “주주들이 비관하고 있다”며 부정적이었다. 유선 전화 사업에서의 부진 등을 예로 들며 인터넷 거품(버블) 때문에 그가 과대평가됐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그는 2000년 이후 7년만에 일본 최대 부자(재산 규모 6960억엔·약 5조 5600억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만의 ‘파격’으로 다시 한번 승부에 성공한 것이다.

▲ ▲ 3위 업체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을 이끌고 기록적인 3G서비스 가입자 증가를 기록 중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동통신 시장에 잘 적응하고 있는 그는 한국·중국에서 꾸준하게 온라인 기업에 투자하며 이전보다 더 커진‘인터넷 제국’의 꿈을 키우고 있다. /AP

한국·중국의 가능성을 본다
일본에서는 이동통신 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사실 손 회장의 승부수는 동아시아 전체다. 그는 한국·중국에 이미 만만치 않은 온라인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소프트뱅크는 물론 소프트뱅크코리아, 소프트뱅크차이나(SBCVC) 등 주요 투자 자회사들도 한국·중국을 돌며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업체는 그 주요 대상이다. 4000억원을 주고 온라인게임업체 그라비티를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CJ인터넷의 일본 법인은 모두 소프트뱅크의 지분이 들어간 합작 법인이다. 얼마전에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과 합병한 모바일 게임회사 엔텔리전트에도 소프트뱅크의 투자금 30억원이 들어가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 관계자는 “특히 CEO(최고 경영자)의 역량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두고 투자처를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이미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0년 소프트뱅크가 1800만 달러를 투자, 30% 지분을 확보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닷컴은 2005년 야후의 제리양이 지분 40%를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이외에도 샨다, 포커스미디어홀딩스 주요 중국 온라인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입체 게임업체 3D미디어(3D Media)에 전략적 투자가 이뤄졌다.

인터넷 콘텐트에 미래를 걸었다
물론 소프트뱅크의 행보가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즈음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기업들을 가리켜 “거의 돈을 만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그런 우려는 불식시키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룹 전체로서는 수익이 충분치 못하다. 특히 적자인 유선전화 사업에 대해 그는 “인수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제국’이 어떤 미래를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손 회장이 꿈꾸는 소프트뱅크의 미래가 무엇이든, ‘인터넷’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이전과 같은 유선 인터넷만이 아니라, 유·무선을 통합한 ‘유비쿼터스 인터넷’이다.
손 회장은 올해 연차 보고서를 통해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주겠다”고 말했다. 첫째로는 인터넷 관문을 장악하고, 인터넷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며, 자신만의 특화된 인터넷의 컨텐츠를 주겠다는 것.
이를 위해 올 가을 2개 사업자가 선정되는 차세대 무선 인터넷 사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망 독점을 막기 위해 3G 서비스 사업자의 단독 진입을 막자, 당장 지난달 유·무선 인터넷업체 이액세스와 제휴를 발표했다. 중국·한국의 기술력과 컨텐츠를 활용한 인터넷TV(IPTV) 사업에도 지난해부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다른 온라인 기업들과 폭발력을 만드는 그 자신의 벤처 정신이다. 휴대전화용 야후의 첫 화면은 손 회장이 직접 글자 폰트 크기부터 화면의 디자인과 배치까지 스스로 제작하다시피 한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연차 보고서는 유·무선 인터넷에서 자신들이 승리할 첫번째 이유를 “회사 유전자가 다르다”고 들었다.
허진호 한국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무선 네트워크까지 회사 반경을 넓히면서, 예전보다 중장기적인 해외 계획을 세우는 느낌”이라며 “최근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도 신중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손정의(孫正義)는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일본 이름은 마사요시 손. 1957년 생으로 1981년 24세의 나이에 소프트웨어 유통업체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94년 기업을 공개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디지털 그룹을 세웠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현재 크게 7개 부문에 걸쳐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성장했다. 할아버지가 일제 시대때 한국에서 건너온 재일교포 3세. 어려서 소수 민족으로서의 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세부터 미국에서 공부하며 IT 산업에 대한 눈을 키웠다. 2000년까지 온라인 닷컴 기업이나 유선 네트워크 기업에 주로 투자했고, 최근에는 2006년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설립한 ‘소프트뱅크 모바일’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당초 소프트웨어 유통회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94개 회사에 900억엔을 투자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축 지주회사다. 특히 최근에는 웹 2.0과 온라인 영상 보급 서비스 등의 새로운 분야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크게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인터넷 인프라·유선 통신·인터넷 문화·전자 상거래 등의 부문을 갖고 있으며, 이중 최근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만든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비중이 54.7%로 가장 크다.

입력 : 2007.09.06 22:27 / 수정 : 2007.09.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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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9원… 인도 이동통신 얕보면 큰코다쳐”

[커버 스토리] 인도 타타텔레서비스 CEO 만디얌 인터뷰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휴대폰 요금이 1분에 19원. 인도 얘기다. 분당 114원(슬림요금제 기준)을 받는 국내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인도 이동통신 요금의 비결은 바로 ‘시장경쟁’. 7개 업체가 치열하게 다투면서 요금을 낮춘 결과다. 그래도 인도 통신회사들은 요금이 너무 낮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하루 20만명씩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7356만명의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새로 가입, 중국을 제치고 국가별 신규 가입자수 1위를 차지했다. 인도의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현재 약 2억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9억명이나 돼, 가입자수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인도 이동통신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 보다폰은 최근 인도 이동통신 회사 허치슨 에사르를 111억달러(10조4340억원)에 인수해 진출했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크게 베팅한 것이다.

인도 이동통신사 타타텔레서비스 (TATA Teleservices)의 마드후수단 만디얌 (Madhusudan Mandyam·47) 사장 겸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아이모비콘 2007’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타타텔레서비스는 ‘인도의 삼성그룹’으로 불리는 타타그룹 계열 통신회사다. 지난 4년 사이에 가입자 수가 100만명에서 1800만명으로 급증, 인도 이동통신 업계 7위에서 4위로 급성장했다.
만디얌 사장은 타타텔레서비스의 성장신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PC사업 컨설턴트였던 그는 9년 전 타타그룹에 입사, 인도판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신화를 이뤄냈다. 만디얌 사장에게서 인도 이동통신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후발 사업자 치고는 성장이 무척 빠르다.
“맞다. 타타텔레서비스는 인도 업체들 중에서도 성장이 빠른 편이다. 2005년 인도 전국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 이래, 연 평균 성장률이 112%에 달한다. 2004년 100만명 수준이던 가입자는 지금은 1800만명에 이른다.”
―어떻게 그런 성장이 가능한가.
“우리는 성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인도의 통신 시장은 한마디로 박리 다매 구조다. 인도에서 1분에 통화 요금이 2센트(19원)에 불과하다. 한국은 인도의 5~6배 수준으로 알고 있다. ARPU(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매출)도 한국은 47달러라고 하는데, 인도는 10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 관심이 아주 많다.(웃음)”
―1분에 19원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7개 회사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용을 가장 효율성 있게 운영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인건비는 물론이고, 한정된 통신 서비스 용량에서 얼마나 많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 치밀하게 계산한다. 사실 통신이란 사용자를 많이 모집할수록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향후에 가입자가 더욱 늘어나면 수익성이 더 나아질 것이다. 인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현재 약 2억명이지만, 인도 전체 인구는 11억명이다. 아직도 우리는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시장이다. 성장의 가능성을 두고 가격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마드후스단 만디얌 타타텔레서비스 사장이 인도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 및 경쟁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평가는.
“DMB(디지털미디어 방송)이 인상적이었다.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게 하면 인도 시장에서도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돌아가면 사업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 둘 중 어떤 서비스에 관심이 있나.
“둘 중에 더 흥미가 가는 서비스는 위성 DMB다. DMB는 방송과 통신 사업자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데, 지상파 DMB 모델은 현재의 수익모델로는 이동통신사가 챙길 수 있는 몫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성을 통한 서비스는 인도의 지역적 특성에도 맞고, 이동통신사가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로 보인다.”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견해는.
“한국과 같은 방식(WCDMA)은 아니지만, 타타텔레시스도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CDMA2000 EVDO)를 진행 중이다. 우리가 CDMA 방식의 3세대 서비스를 인도에 도입하는 첫 사업자다. EVDO는 한국에서는 3G로 취급받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세계적으로는 3G 서비스에 속한다.”
―데이터 통신 등 부가 서비스에 대한 생각은.
“부가서비스는 이동통신 사업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인도는 16개 언어를 사용하고, 수많은 방언이 있어 일반적인 데이터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음성자동인식 서비스(wise telephone)가 좀더 중요시된다. 예를 들면 오늘의 운세를 사용자가 물으면, 기계가 사용자의 언어를 인식해 그 언어로 알려주는 식이다.”
―단순히 부가 서비스와 DMB 만으로 수익모델을 만들 생각인가. 타타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이용한 사업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인도 최대기업인 타타그룹은 컨버전스(기술융합)를 연구하는 통신전략부서를 두고, 타타텔레서비스의 역량을 다른 곳에 접목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음성 자동차 길안내 장치(내비게이터) 등 많은 분야에서 수익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에 몸담게 된 계기는.
“원래 나는 마케팅 전문가였다. PC사업을 컨설팅하는 일을 했지만, 이동통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는 직감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그리고 폭발(explosion)이 있었다. 처음 우리가 시작할 때 30명이던 직원은 이제 8000명이 넘는다.”
―향후 목표는?
“이제까지 약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왔지만, 내년에는 10억달러(약 1조원)을 한꺼번에 투자할 계획이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물론, 각종 인프라를 보강할 것이다. 2008년까지 34억달러(약 3조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타타그룹과 타타텔레서비스
타타그룹은 명실상부한 인도 최대기업이다. 인도 최초 제철소, 수력발전소 건설 등 다양한 국책 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는 7개 사업영역(서비스, 소재, 엔지니어링, 에너지, 소비재, 화학, 통신)에 걸쳐 9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대우자동차 상용차 부문을 인수, 타타대우상용차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 9위인 영국 철강업체 코러스를 인수, 올해 500억달러(약47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타타텔레서비스는 타타그룹의 일원으로 가입자수가 1800만명에 달하는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이동통신 사업자다. 2002년 본격적으로 인도 전국 이동통신망 사업에 뛰어들었고, 평균 112%의 경이적인 성장률로 불과 5년 만에 7개 인도 전국 이동통신사업자 중 4위로 부상했다. 2007년 매출은 약 22억달러(약 2조원)다.

입력 : 2007.08.30 22:56 / 수정 : 2007.08.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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