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중심 통신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 BT 글로벌서비스 총괄 프랑소아 바로 사장
-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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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신회사인 영국 BT는 2000년대 초반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3세대 이동통신 사업면허(주파수) 확보를 위해 100억 파운드(약 19조5000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게다가 영국 통신위원회(Ofcom)는 BT의 유선통신망을 다른 통신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 BT를 곤경에 빠뜨렸다. BT의 회생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BT에 임직원을 파견해 선진 통신사업을 배워왔던 KT도 "BT는 더 이상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다"며 철수했다.
하지만 BT는 기적처럼 부활했다. '통신회사는 내수기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해외시장에 과감히 진출한 것이 비결이었다. 지난해 4~12월 BT의 글로벌서비스 사업 매출은 56억6300만파운드(약 11조 428억5000만원)를 기록, BT 전체 매출액의 37.2%를 차지했다. BT의 부활은 최근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속도가 느려진 국내 통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방한한 BT 글로벌서비스 총괄 프랑소아 바로(Fran?ois Barrault·46·사진) 사장(CEO)을 만나 BT가 해외사업을 통해 부활한 배경을 들어봤다. 바로 사장은 "이제 통신회사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T 글로벌서비스의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준다. 예를 들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곧바로 사업을 하려면 핵심설비인 디지털 인프라를 빨리 설치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프라는 보안성이 강한 기업용 통신망과 각종 IT(정보기술) 장비, 데이터센터, 글로벌 로밍이 되는 이동통신 기기 등 다양하다. 이것을 일괄 공급하는 것이 BT 글로벌서비스의 사업이다. 삼성·LG·한진해운 등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기업들도 해외지사의 디지털 인프라를 BT에 의뢰한다."
―BT가 빠르게 성공한 요인은.
"시장을 먼저 발견하고 뛰어든 것이 장점이다. BT는 2002년에 글로벌서비스 사업에 진출해 현재는 176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유니레버·지멘스·로이터·코카콜라·차이나쉬핑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BT가 제공한 디지털 인프라를 이용한다. 이들 기업은 전세계 네트워크를 BT로 단일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BT도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 텐데.
"세계 곳곳에서 IBM 등 다국적 IT기업과 경합을 벌인다. BT는 현지국가의 기간통신사와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BT를 반드시 경쟁 상대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윈-윈(win-win)하는 부분이 많다. 이것이 글로벌서비스 사업의 특징이다."
―BT 안에서 글로벌서비스 사업의 비중은.
BT의 사업은 네 가지다.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선전화 사업, 유선전화 회선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통신 도매사업, BT의 유선통신망을 다른 통신사도 동일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오픈리치(Openreach), 끝으로 글로벌서비스가 있다. 이 중 글로벌 서비스가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서비스는 전세계 직원이 3만7000명에 이르고, 올해 95억~100억 파운드(약 18조 5250억~19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BT의 미래전략은.
"내수중심의 통신산업을 뛰어넘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BT의 목표다. 'BT'는 British Telecom(영국통신)을 뜻하지만, 최근엔 'Beyond Telecom(통신을 넘어서)'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BT의 총괄 CEO(벤 버바이엔)는 네덜란드 출신이고, 유럽법인 사장은 스페인사람, 글로벌서비스 사장인 나는 프랑스 국적이다. 사장들의 국적만 봐도 BT가 얼마나 글로벌 기업이 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다."
―최근 한국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한국은 성장이 빠른 시장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한국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BT를 이용하는 기업은 300개인데 올해 말까지는 6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한국에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프랑소아 바로
(Fran?ois Barrault·46)
프랑스 출신으로 에꼴 센트랄에서 로봇공학·인공지능 등을 전공했다. IBM·루슨트테크놀로지 등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고, 2004년 BT에 합류, 2007년 4월 BT 글로벌서비스의 CEO가 됐다. 그는 BT에서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프랑스 기업문화가 답답해, 젊은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책임자로 선임하는 해외기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BT
1846년 영국 우체국 산하에 설립된 텔레그래프(전신전보) 서비스 회사인 '일렉트릭 텔레그래프(Electric Telegraph)'사가 모체다. 1980년 '브리티시 텔레콤'으로 분리됐고 1984년부터 1993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민영화됐다. BT라는 이름을 쓴 것은 1991년부터다. 주요 사업분야는 IT 네트워크 통신,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임대·관리, 글로벌서비스 등이다.
입력 : 2008.03.13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