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핵심은 젊은 벤처정신이다”
소프트뱅크 모바일 마츠모토 부사장
백승재 기자(글) whitesj@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명원 기자(사진) m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자의 다른 포토보기

 

▲ ▲ 소프트뱅크 모바일 마츠모토 부사장

2006년 은퇴를 고려하던 한 일본인 경영자가 친하게 지내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을 받아 도쿄 시오도메 소프트뱅크 본사를 찾았다. 손 회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와 소프트뱅크 모바일을 도와주세요.” 이 경영자는 말했다. “나는 너무 늙었다네.” 그러자 손 회장이 짧게 끊었다. “물러나면 남자가 아닙니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테드 마츠모토(Ted Mazmoto·67) 부사장이 소개한 사연이다. 손 회장의 한마디에 마츠모토 부사장은 미련없이 소프트뱅크 모바일 행을 선택했다. 교토대 법대, 이토추(itochu) 상사를 거쳐 뜬금없이 퀄컴 재팬을 세우고, 끝내는 소프트뱅크에 투신한 그의 인생은 굵직한 ‘벤처 인생’ 그 자체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만나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성공 비결을 물어봤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약진이 화제다. 특히 요금제가 화제가 되는 것 같다.
“후발 사업자니까 할 수 있는거다. 우리 업체는 통신업계에서 좀 특이한 존재다. KDDI나 NTT 도코모는 통신 사업자로 출발했지만, 우리는 인터넷이 고향이다. 게다가 항상 배고프다. 가입자수도 적다. 때문에 ‘가입자 간 통화 무료’ 같은 요금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3G(3세대 이동통신) 시장 진입도 늦어 주변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는데.
“물론 경쟁이 힘의 원천이다. 우리는 건강한 경쟁으로 네트워크에 대한 사업의지를 키우고 있다. 사실 인수 전 업체인 보다폰은 유럽식 문화를 가진 회사여서 3G 시장을 너무 오래 지켜보다가 시장을 잃었다. 투자대비 수익이 안보인다고 투자를 접다 보면 경쟁사에 지게 된다. 사용자가 찾을 것을 항상 먼저 찾아야 한다.”
-3G 서비스의 미래를 확신하나? 사실 3G 서비스에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수익을 올려주는 핵심 컨텐츠)’이 없다는 지적도 많은데.
“누가 그러던가(웃음)? 하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라. 2.5G에서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있었던가? 사실 사람들은 더 좋은 휴대전화를 갖고 싶어할 뿐이다. 예를 들어 3G 휴대전화는 대부분 QVGA를 지원한다. 예전보다 4배는 선명한 화질을 갖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쉽사리 3G 서비스에 가입하곤 한다. 3G는 수익모델이 없다고 망하고, 나왔다고 대박나는 이슈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미래 전략은?
“휴대전화는 PC가 되가고 있다. 크기는 작아도,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5년 뒤면 인터넷이 망을 장악할 것이다. 우리는 가장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싸다. 지금은 아마 요금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미래에는 또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음악, 동영상, 만화 등 모든 컨텐츠를 즐기고 있다. 일본의 노인들이 휴대전화 만화를 특히 즐기고 있다는 걸 아닌가? 그들은 큰 만화책을 펼쳐 주변의 시선을 받는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 몰래 킥킥대고 있다. 이미 많은 게 변화하고 있다.”
-퀄컴 재팬을 창업해 회장으로 일하다가 젊은 직원들이 모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에 오니 힘들지 않은가?
“무슨 소리. 나야말로 ‘벤처맨’이다. 젊은 시절 당시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이토츄 상사에 입사했던 것도 미쓰비시 같은 기존 대기업과 경쟁하는 당시 기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전공하고는 관계도 없는 기술들을 잠을 줄여가며 배웠다. 그러다가 퀄컴의 잠재력을 보고 퀄컴 재팬을 창업하게 됐다. 이제 다시 소프트뱅크의 젊은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다. 은퇴하지 않길 잘했다.”

입력 : 2007.09.06 22:29 / 수정 : 2007.09.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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