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9원… 인도 이동통신 얕보면 큰코다쳐”
- [커버 스토리] 인도 타타텔레서비스 CEO 만디얌 인터뷰
-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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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요금이 1분에 19원. 인도 얘기다. 분당 114원(슬림요금제 기준)을 받는 국내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인도 이동통신 요금의 비결은 바로 ‘시장경쟁’. 7개 업체가 치열하게 다투면서 요금을 낮춘 결과다. 그래도 인도 통신회사들은 요금이 너무 낮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하루 20만명씩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7356만명의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새로 가입, 중국을 제치고 국가별 신규 가입자수 1위를 차지했다. 인도의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현재 약 2억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9억명이나 돼, 가입자수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인도 이동통신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 보다폰은 최근 인도 이동통신 회사 허치슨 에사르를 111억달러(10조4340억원)에 인수해 진출했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크게 베팅한 것이다.
인도 이동통신사 타타텔레서비스 (TATA Teleservices)의 마드후수단 만디얌 (Madhusudan Mandyam·47) 사장 겸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아이모비콘 2007’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타타텔레서비스는 ‘인도의 삼성그룹’으로 불리는 타타그룹 계열 통신회사다. 지난 4년 사이에 가입자 수가 100만명에서 1800만명으로 급증, 인도 이동통신 업계 7위에서 4위로 급성장했다.
만디얌 사장은 타타텔레서비스의 성장신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PC사업 컨설턴트였던 그는 9년 전 타타그룹에 입사, 인도판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신화를 이뤄냈다. 만디얌 사장에게서 인도 이동통신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후발 사업자 치고는 성장이 무척 빠르다.
“맞다. 타타텔레서비스는 인도 업체들 중에서도 성장이 빠른 편이다. 2005년 인도 전국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 이래, 연 평균 성장률이 112%에 달한다. 2004년 100만명 수준이던 가입자는 지금은 1800만명에 이른다.”
―어떻게 그런 성장이 가능한가.
“우리는 성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인도의 통신 시장은 한마디로 박리 다매 구조다. 인도에서 1분에 통화 요금이 2센트(19원)에 불과하다. 한국은 인도의 5~6배 수준으로 알고 있다. ARPU(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매출)도 한국은 47달러라고 하는데, 인도는 10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 관심이 아주 많다.(웃음)”
―1분에 19원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7개 회사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용을 가장 효율성 있게 운영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인건비는 물론이고, 한정된 통신 서비스 용량에서 얼마나 많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 치밀하게 계산한다. 사실 통신이란 사용자를 많이 모집할수록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향후에 가입자가 더욱 늘어나면 수익성이 더 나아질 것이다. 인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현재 약 2억명이지만, 인도 전체 인구는 11억명이다. 아직도 우리는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시장이다. 성장의 가능성을 두고 가격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 ▲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마드후스단 만디얌 타타텔레서비스 사장이 인도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 및 경쟁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평가는.
“DMB(디지털미디어 방송)이 인상적이었다.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게 하면 인도 시장에서도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돌아가면 사업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 둘 중 어떤 서비스에 관심이 있나.
“둘 중에 더 흥미가 가는 서비스는 위성 DMB다. DMB는 방송과 통신 사업자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데, 지상파 DMB 모델은 현재의 수익모델로는 이동통신사가 챙길 수 있는 몫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성을 통한 서비스는 인도의 지역적 특성에도 맞고, 이동통신사가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로 보인다.”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견해는.
“한국과 같은 방식(WCDMA)은 아니지만, 타타텔레시스도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CDMA2000 EVDO)를 진행 중이다. 우리가 CDMA 방식의 3세대 서비스를 인도에 도입하는 첫 사업자다. EVDO는 한국에서는 3G로 취급받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세계적으로는 3G 서비스에 속한다.”
―데이터 통신 등 부가 서비스에 대한 생각은.
“부가서비스는 이동통신 사업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인도는 16개 언어를 사용하고, 수많은 방언이 있어 일반적인 데이터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음성자동인식 서비스(wise telephone)가 좀더 중요시된다. 예를 들면 오늘의 운세를 사용자가 물으면, 기계가 사용자의 언어를 인식해 그 언어로 알려주는 식이다.”
―단순히 부가 서비스와 DMB 만으로 수익모델을 만들 생각인가. 타타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이용한 사업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인도 최대기업인 타타그룹은 컨버전스(기술융합)를 연구하는 통신전략부서를 두고, 타타텔레서비스의 역량을 다른 곳에 접목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음성 자동차 길안내 장치(내비게이터) 등 많은 분야에서 수익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에 몸담게 된 계기는.
“원래 나는 마케팅 전문가였다. PC사업을 컨설팅하는 일을 했지만, 이동통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는 직감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그리고 폭발(explosion)이 있었다. 처음 우리가 시작할 때 30명이던 직원은 이제 8000명이 넘는다.”
―향후 목표는?
“이제까지 약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왔지만, 내년에는 10억달러(약 1조원)을 한꺼번에 투자할 계획이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물론, 각종 인프라를 보강할 것이다. 2008년까지 34억달러(약 3조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타타그룹과 타타텔레서비스
타타그룹은 명실상부한 인도 최대기업이다. 인도 최초 제철소, 수력발전소 건설 등 다양한 국책 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는 7개 사업영역(서비스, 소재, 엔지니어링, 에너지, 소비재, 화학, 통신)에 걸쳐 9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대우자동차 상용차 부문을 인수, 타타대우상용차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 9위인 영국 철강업체 코러스를 인수, 올해 500억달러(약47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타타텔레서비스는 타타그룹의 일원으로 가입자수가 1800만명에 달하는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이동통신 사업자다. 2002년 본격적으로 인도 전국 이동통신망 사업에 뛰어들었고, 평균 112%의 경이적인 성장률로 불과 5년 만에 7개 인도 전국 이동통신사업자 중 4위로 부상했다. 2007년 매출은 약 22억달러(약 2조원)다.
입력 : 2007.08.30 22:56 / 수정 : 2007.08.30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