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도 반도체처럼 핵심 수출산업 될 날 올 것"
CJ인터넷 정영종 대표
적극적인 마케팅, 히트작 만들어 올해부터 동남아 시장 본격 공략 2013년 해외 매출 9000억원 목표
조형래 기자 hrc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CJ인터넷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게임 업체로 꼽힌다. 2006년 매출이 1052억원이었지만 올해에는 1900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CJ인터넷은 미국. 최대의 게임업체인 EA처럼 퍼블리싱(publishing·게임배급)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외부에서 될성부른 게임을 발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대(大)히트작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인기절정의 FPS(First Person Shooting·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과 야구게임 '마구마구' 등이 CJ인터넷의 대표적인 퍼블리싱 게임이다.
이 회사의 정영종(43·사진) 대표도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게임 산업을 잘 꿰뚫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이다. 게임 개발자가 회사를 이끄는 전형적인 한국 온라인 게임 CEO(최고경영자)와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게임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게임 출시시기, 수요 계층, 개발 코스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발굴하는 데도 마케팅 능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인터넷은 50개 개발사와 제휴, 쉽게 즐길 수 있는 웹보드 게임에서 스포츠, 액션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까지 6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수익구조도 안정적이다. 예를 들어 '서든어택'처럼 월 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표작은 물론, 월 2억~3억원 이상 꾸준히 실적을 내는 게임들이 10개가 넘기 때문에 특정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정 대표는 올해부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는 멕시코·싱가포르·태국·베트남·일본·중국 등 한 달 동안 7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하면서 시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중국·인도·멕시코·동남아시아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는 현재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콘솔 게임(console game·전용 게임기를 TV 등에 연결해 작동하는 게임)이 아니라 한국처럼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콘솔게임보다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머징 시장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주도적인 게임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정 대표는 "올해에는 이미 진출한 일본과 중국에서 제법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며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진출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인터넷은 이미 싱가포르·베트남 등에 직원을 파견해 동남아 시장 진출 여건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전체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CJ인터넷은 장기적으로 해외 사업은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전(全)과정을 현지 회사를 중심으로 운영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중국·일본 등에서는 현지 게임 개발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오는 2013년 총 매출 1조3000억원에 이중 9000억원 정도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게 목표"라면서 "그 때쯤이면 게임 산업도 전자나 반도체처럼 핵심 수출 산업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영종 대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텍사스오스틴대학교에서 광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애드, LG전자를 거쳐 1999년 야후코리아에서 근무하면서 IT 비즈니스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부터 CJ인터넷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벤처 성향이 강한 게임업체에 대기업적인 시스템 경영을 잘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등 친화력도 뛰어나다.

입력 : 2008.03.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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