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두, 아시아 구글 꿈꾼다
- 中 토종 포털사이트 바이두 CEO ‘리옌훙’
MP3·커뮤니티 앞세워 한달 검색 33억회
3분기 점유율 60.5%…日진출 야후에 도전
“한국 진출 못했지만 2~3년 뒤 고려 중” -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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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옌훙(李彦宏·Robin Lee) 바이두(百度) 최고경영자(CEO)의 야망은 실현될 것인가. 중국 토종 인터넷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질주가 무섭다.
중국 토종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 약 2420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가 넘는다. 또 애널리시스 인터내셔널은 3분기 중국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바이두가 시장점유율 60.5%로 23.7%에 그친 구글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야후는 10.4%에 불과했다.
동시에 리 CEO에 대한 평가도 치솟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2006년 베스트 리더 중 한 명으로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등과 함께 그를 꼽았다. 후룬(胡潤)연구소는 지난달 25일 그를 ‘중국 IT부호 순위’에서 첫 손에 꼽았다. 그의 재산은 180억위안(약 2조1600억원)에 달한다.
리 CEO는 원래 베이징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91년 컴퓨터 과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검색이 장차 중요한 서비스가 될 거라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뒤, 다우존스·인포시크(Infoseek) 등 미국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기술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1999년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홀연히 중국으로 돌아왔다. 시가 50여만 달러에 달하는 인포시크의 주식 제의도 뿌리쳤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제는 중국 인터넷 시장에 비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돈키호테처럼 자신만만하게 120만 달러의 창업 자금을 모았다. 그는 한 투자자와 만난 자리에서 휴대전화기를 던지며, “미래가 밝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안된다고 단념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큰소리를 쳐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바이두를 성공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MP3 음악파일 검색. 저작권 논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던 시기에, 바이두는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음악파일의 위치를 검색해줘 큰 인기를 끌었다.
- ▲ ▲ 바이두의 CEO(최고경영자) 리옌훙. 그가 2000년 창업한 바이두는 현재 한달 검색횟수가 33억회에 달하는 세계 3위 검색 사이트로 성장했다. 최근 바이두는 일본 인터넷 검색시장에도 진출했다. /AP
이후 커뮤니티 검색 등이 히트하면서 바이두의 사용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중국 당국이 구글·야후 등 해외 사이트에 대해 검열과 차단을 강화해 사용자들이 검색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바이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재 바이두는 한 달에 검색이 33억회에 달하는 세계 3위 검색사이트다.
구글과 야후가 뒤늦게 중국 당국의 사전 검열에 합의하며 바이두를 쫓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구글은 바이두의 인력을 높은 연봉으로 스카우트하고,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직접 나서서 베이징 개발센터에 수천 명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없다.
구글·야후를 누른 리 CEO의 꿈은 이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바이두는 단순한 중국 검색사이트를 넘어 국제적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발표해, 경쟁자인 타오바오닷컴, 중국 이베이 등을 긴장시켰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야후 재팬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시장은 조만간 바이두발(發) ‘포털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바이두의 일본 진출을 두고 중국의 각 신문은 “바이두가 ‘중국어 최대 검색엔진’에서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이 될 것”이라며 요란을 떨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리 CEO는 한국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한국 시장에 일찍 진출하지 못한 게 잘못이지만, 2~3년 뒤라면 한국에서 건전한 경쟁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 CEO의 꿈이 단순한 자신감으로 끝날 지 아니면 아시아를 묶는 포털이 탄생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업체 이그니션의 아이크 리(Ike Lee) 파트너는 “바이두의 성공은 재빠른 적응 능력에 기인하지만, 사실 중국 당국의 외국 포털 규제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입력 : 2007.11.01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