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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디디에 쉐네보 CSCO(최고 공급망 책임자)

jakenoh 2008. 6. 11. 07:03
"LG 도약의 과제 글로벌 유통망의 혁신"
LG전자 디디에 쉐네보 CSCO(최고 공급망 책임자)
유통은 디테일… 고객 세부 요구도 만족시켜야 HP·델·월마트 등이 공급망 관리 뛰어난 기업
조형래 기자 hrch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작년 취임 이후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 중 하나가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SO(최고전략책임자)·CSCO(최고 공급망 책임자) 등 주요 부문별 최고 책임자에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한 것. HP 부사장 출신인 디디에 쉐네보<사진> CSCO(chief supply chain officer)도 그런 케이스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서울 LG전자 본사에서 근무하며 LG전자의 글로벌 유통망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LG전자 트윈타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한 CSCO의 역할과, 외국인으로서 한국 대기업 근무에서 느낀 점을 물어봤다. 그는 "한국 기업이 톱 클래스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도 영어를 더 잘 해야 하고, 해외든 국내든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LG전자 제공

―한국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는.

"나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근무를 했는데, 아시아에서도 근무를 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 한국보다는 더 국제화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하지만 LG전자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을 때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LG는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고, 지난 50년간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에서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란 점은 물론 힘들다.(웃음)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이 해외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영입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LG가 대담한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LG전자에 2개월 가량 근무했다고 들었다. 과거에 근무했던 HP와 장단점을 비교하면.
"(조금 머뭇거리며) 두 회사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비즈니스모델도 서로 다르다. 나는 HP에서 하던 스타일을 그대로 베껴놓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다. 남용 부회장은 LG를 더 글로벌화된, 월드 클래스의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춘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나를 영입했다고 생각한다."
―LG에서의 CSCO로서 지향 목표는.

"LG는 제조와 품질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급망 전체의 가시성(visibility), 제품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matching)하는 것, 소매업체 같은 물류 파트너와의 협력 등은 좀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 LG가 글로벌 톱 클래스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이런 부문들이 다 함께 개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의 업무 프로세스와 파트너, 인재가 필요하다."
―공급망의 가시성이란 무슨 말이냐.
"공급망을 통해 제품뿐만이 아니라 제품에 관한 정보도 함께 이동을 해야 한다. 제품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글로벌 수준의 공급 체계라면 중국에서 브라질까지 세계 어디서든 제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또 그 총체적 비용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모델의 측면에서 보면 과거처럼 '좋은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저절로 팔린다'는 식의 푸시 모델(push model)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은 시장의 요구를 즉각 파악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수요 모델(demand model)로 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판매점과의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LG전자는 두 가지 모델이 공존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요 모델에 더 치중해야 한다."
―다른 중요 요인은 어떤 게 있나.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집행의 완벽성이다. '유통은 디테일이다(Retail is detail)'는 말이 있다. 특히 고객을 직접 만나는 소매 유통은 세부적인 것에 강해야 성공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고객의 디테일한 요구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LG전자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선은 언어 문제다. 프랑스어처럼 한국어도 오랜 역사를 지닌 훌륭한 언어이지만 국제어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더 잘해야 한다. 내가 LG전자에 근무한 지 고작 2개월 밖에 안됐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직원들의 근면함과 헌신이 지금까지 LG전자의 성공을 이끌었지만, 업무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가끔씩 직원들이 밤 12시 넘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는데, 시스템을 잘 갖추면 8시까지 일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급망 관리를 잘 하는 해외 기업은 어떤 곳이 있나.
"HP·델·P&G·월마트 같은 기업들이 모두 공급망 관리에 뛰어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가 생산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런 기업들이 한국이나 일본 기업과 다른 점은 외부 파트너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될 수 없으니까, 물류나 창고관리 등 분야별 세부 업무를 아웃소싱(outsourcing·외주생산)해 생산성을 높였다.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수직적으로 통합돼 움직이는 것 같다."
→디디에 쉐네보 (Didier Chenneveau·48)
프랑스 태생으로 국적은 스위스. 미국 데이비슨 대학에서 전기공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했으며,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휴렛팩커드의 미국·유럽 지사에서 근무했다. 2001년부터는 HP 미국 영업책임자로 있다가 최근 LG전자의 CSCO로 영입됐다.